급성 설사 — 갑자기 시작된 설사, 탈수부터 막는 법
- 급성 설사는 대개 바이러스·세균 감염으로 장이 물과 전해질을 덜 흡수하고 더 내보내며 생기며 보통 1~3일 안에 좋아집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탈수를 막는 수분·전해질 보충으로, 경구수액을 한두 모금씩 자주 마시는 것입니다
- 먹을 수 있으면 죽·밥·바나나 등 평소 음식을 부담 없이 먹고, 지사제는 열·혈변이 있으면 삼가며 약사·의사와 상의합니다
- 혈변·고열·심한 탈수·2~3일 이상 지속되면 의사 진료가 필요합니다
갑자기 배가 살살 아프더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묽은 변을 여러 번 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다행히 급성 설사는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도 1~3일이면 저절로 좋아집니다. 다만 이 며칠 동안 몸에서 물과 전해질이 빠르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회복의 진짜 열쇠는 '탈수를 막는 것'에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어르신에게는 이 며칠이 더 조심스럽습니다.
원리 — 몸에서 무슨 일이
급성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그리고 상하거나 오염된 음식입니다. 건강한 장은 우리가 먹고 마신 물의 대부분을 다시 흡수해 알맞은 굳기의 변을 만듭니다. 그런데 장 점막(장 안쪽 표면)이 병원체나 독소에 자극받아 염증이 생기면 이 균형이 무너집니다. 물과 전해질을 빨아들이는 흡수 기능은 떨어지고(삼투성 설사), 반대로 장 안으로 물을 뿜어내는 분비는 늘어납니다(분비성 설사). 여기에 장 운동까지 빨라지면 내용물이 머무를 새 없이 지나가면서, 물기가 많은 변을 자주 보게 됩니다.
문제는 이때 물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나트륨·칼륨 같은 전해질(몸의 수분과 신경·근육 기능을 조절하는 무기질)이 함께 빠져나가면서 탈수가 진행됩니다. 특히 몸집이 작은 어린이나 회복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는 같은 양을 잃어도 훨씬 빨리 위험해집니다. 사실 빨라진 장 운동과 잦은 배변은 몸이 원인 물질을 빨리 밖으로 내보내려는 방어 반응이기도 해서, 설사를 억지로 막는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급성 설사는 우리 몸의 면역이 원인을 이겨내면서 1~3일이면 자연스럽게 호전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 수분·전해질 보충이 1순위입니다. 경구수액(ORS, 먹는 수분보충용액)은 물에 적정 비율의 소금과 당분을 섞은 것으로, 장에서 나트륨과 포도당이 짝을 이뤄 흡수될 때 물까지 함께 끌고 들어오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그래서 맹물보다 수분을 훨씬 효율적으로 채워 줍니다. 배합은 농도가 어긋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니 약국에서 파는 완제품을 사용하시고, 한 번에 벌컥 마시기보다 한두 모금씩 자주 나눠 드세요.
- 먹을 수 있으면 드세요. 죽·밥·바나나·감자처럼 소화가 편한 평소 음식을 부담 없는 양으로 드시면 됩니다. 굶는다고 빨리 낫지 않으며, 오히려 장이 회복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집니다.
- 자극이 되는 것은 잠시 피하세요. 카페인·술·너무 단 음료·기름지고 매운 음식은 장을 자극하거나 오히려 수분을 더 끌어내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 손을 자주 씻으세요.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세균은 손을 통해 쉽게 옮으므로, 화장실 사용 후와 식사 전 비누로 30초 손 씻기가 가족 내 전파를 막습니다.
- 지사제(설사를 멈추는 약)는 신중히. 열이 나거나 혈변이 있을 때는 지사제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니 피하고, 복용이 필요할지는 약사나 의사와 상의하세요.
이런 점은 주의(흔한 오해)
'굶어야 장이 쉬고 빨리 낫는다'는 말은 오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먹을 수 있으면 먹는 편이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설사엔 무조건 항생제'라는 생각도 흔한 오해입니다. 급성 설사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라 항생제가 듣지 않으며, 불필요한 항생제는 오히려 장내 세균 균형을 흐트러뜨릴 수 있습니다.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인지는 반드시 의사가 판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다음 위험신호가 있으면 집에서 버티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검붉은 혈변이나 검은 변, 38.5도 이상의 고열, 참기 힘든 심한 복통,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고 어지럽고 입안이 바싹 마르는 심한 탈수, 그리고 2~3일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특히 영유아·고령자·면역이 약한 분은 증상이 가벼워 보여도 빨리 상의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어린이는 탈수가 어른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므로, 처지거나 울어도 눈물이 없고 기저귀가 오래 말라 있다면 곧바로 의사와 상의하세요.
설사 그 자체보다, 빠져나가는 물과 전해질을 제때 채워 탈수를 막는 것이 회복의 진짜 열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