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와 혈압·심장, 왜 조심해야 할까
- 추위는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고 심장 부담을 키웁니다
- 겨울 혈압은 여름보다 수축기 5~10mmHg가량 높아질 수 있습니다
- 외출 전 보온·아침 찬 공기 노출 줄이기·가정혈압 측정이 핵심
- 가슴 압박감·식은땀·한쪽 마비·발음 이상은 즉시 119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습니다. 기온이 떨어지는 이맘때부터 겨울 내내, 혈압이 높거나 심장이 약한 분들에게는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계절이 시작됩니다. 추위가 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되는지 원리부터 차분히 풀어보겠습니다.
원리 — 몸에서 무슨 일이
몸이 찬 공기에 닿으면 체온을 지키려고 교감신경이 켜지고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아드레날린 계열)이 분비됩니다. 이 호르몬은 피부와 손발의 혈관을 조여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데, 혈관이 좁아지면 같은 양의 피를 흘려보내기 위해 심장이 더 센 힘으로 펌프질을 해야 합니다. 그 결과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 근육이 쓰는 산소량도 늘어납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겨울 내내, 특히 추위가 가장 매서운 새벽과 아침에 집중된다는 점입니다. 연구들을 보면 겨울철 혈압은 여름보다 수축기 기준으로 대략 5~10mmHg가량 높게 측정되곤 합니다. 여기에 추위는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고 혈소판이 쉽게 뭉치도록 해 혈전(피떡)이 생길 위험을 높입니다. 좁아진 혈관, 높아진 혈압, 끈끈해진 피가 겹치는 겨울 새벽에 심근경색과 뇌졸중이 유독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 외출 전 머리·목부터 감싸기 — 체열은 머리와 목에서 많이 빠져나가 이 부위가 식으면 혈관 수축이 더 심해집니다. 모자·목도리·장갑을 챙기고, 첫 찬 공기는 현관에서 1~2분 적응한 뒤 나가세요.
- 기상 직후 급한 찬 공기 노출 피하기 — 자고 일어난 직후는 혈압이 가장 불안정합니다. 깨어나면 이불 속에서 2~3분 몸을 데운 뒤 천천히 일어나고, 난방으로 실내를 먼저 데우세요.
- 실내외 온도차 줄이기 — 따뜻한 실내에서 갑자기 추운 밖으로 나가면 혈압이 급등합니다. 실내는 18~22도를 권장하고, 화장실·현관 등 추운 공간도 너무 춥지 않게 유지하세요.
- 운동은 해 뜬 뒤로 — 가장 추운 새벽 운동은 심장에 부담이 큽니다. 기온이 오른 오전 10시 이후나 실내 운동으로 옮기고, 준비운동을 5~10분 충분히 하세요.
- 가정혈압 측정 — 겨울엔 혈압이 숨어서 오릅니다. 아침(기상 후 1시간 이내, 배뇨 후)과 자기 전 하루 2회, 안정 상태에서 재어 기록하세요.
- 과음·과로 피하기 — 술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렸다가 반동으로 올리고, 과로·수면 부족은 교감신경을 자극합니다. 연말 모임에서도 절주하고 잠을 충분히 챙기세요.
- 따뜻한 수분 보충 — 건조한 겨울엔 자신도 모르게 탈수가 와 혈액이 더 끈끈해집니다. 하루 1.5L 안팎, 따뜻한 물로 조금씩 나눠 드세요.
이런 점은 주의하세요 (흔한 오해)
"혈압은 추운 겨울에만 재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혈압은 사계절 내내 관리해야 하고, 겨울엔 오히려 더 자주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또 "약을 먹으니 추위는 상관없다"거나 반대로 "겨울에 혈압이 좀 올랐으니 내 맘대로 약을 늘리겠다"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약 조절과 목표 혈압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 정하세요.
무엇보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이나 통증, 식은땀, 한쪽 팔다리 마비나 힘 빠짐, 말이 어눌해지거나 얼굴이 돌아가는 증상은 심근경색·뇌졸중의 응급 신호입니다. 참거나 지켜보지 말고 즉시 119에 연락하세요. 치료는 시간이 생명입니다.
추위는 매년 돌아오지만, 오늘 챙긴 모자 하나와 아침의 작은 여유가 심장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됩니다. 따뜻하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이번 겨울도 건강하게 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