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신경염 — 몇 시간씩 멈추지 않는 회전성 어지럼의 정체
- 전정신경염은 전정신경의 바이러스성 염증으로 수 시간~수일 심한 회전성 어지럼이 이어집니다
- 이석증과 달리 자세와 무관하게 지속되고 메니에르병과 달리 청력은 대개 정상입니다
- 급성기 안정 뒤에는 오히려 움직여야 뇌의 전정 보상이 빨라집니다
- 말어눌·한쪽 마비·심한 두통·복시가 동반되면 뇌졸중일 수 있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어느 날 가만히 누워 있어도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메스꺼움과 구토가 몰려오는 경험을 해 보셨나요. 전정신경염은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겨 수 시간에서 수일간 심한 회전성 어지럼이 이어지는 질환입니다. 자세를 바꾸지 않아도 어지럼이 지속되고 청력은 대개 멀쩡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원리 — 몸에서 무슨 일이
우리 귀 속 깊은 곳에는 몸의 회전과 기울기를 감지하는 '전정기관'이 있고, 그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길이 전정신경입니다. 감기 같은 바이러스 감염 뒤 이 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한쪽에서 들어오던 균형 신호가 뚝 끊깁니다. 그러면 뇌는 양쪽 정보가 어긋나 있다고 느껴 '내가 계속 돌고 있다'고 착각하고, 이것이 심한 회전성 어지럼으로 나타납니다. 전정기관은 눈과 위장과도 연결돼 있어, 신호가 어긋나면 눈이 저절로 떨리고(안진) 멀미하듯 메스꺼움과 구토가 함께 몰려옵니다. 신경의 염증과 부기가 가라앉는 데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증상도 그만큼 오래갑니다. 다행히 뇌는 시간이 지나면 한쪽 신호가 약해진 상태를 새 기준으로 다시 학습하는데, 이를 '전정 보상'이라고 합니다. 움직이며 자극을 받을수록 이 보상이 빨라져 대개 수 주에 걸쳐 회복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 증상이 가장 심한 처음 1~2일은 무리하지 말고 안정을 취하세요. 다만 완전히 누워만 있으면 뇌의 보상이 늦어지므로, 급성기가 지나면 오히려 움직이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 고개 돌리기·걷기 같은 전정재활운동을 하루 몇 차례씩 나눠 꾸준히 해 보세요. 움직임 자체가 전정 보상을 자극합니다.
- 구토로 탈수가 오기 쉬우니 물이나 이온 음료를 조금씩 자주 마시세요.
- 어지럼이 2주가 넘도록 전혀 나아지지 않거나 점점 심해지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이런 점은 주의 (흔한 오해)
이석증(BPPV)은 눕거나 고개를 돌릴 때 수십 초 반짝 도는 것이라, '자세와 무관하게 몇 시간 이상 지속'되는 전정신경염과 다릅니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에 청력 저하·이명·귀 먹먹함이 함께 오는 반면, 전정신경염은 보통 청력이 정상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뇌졸중 감별입니다. 어지럼과 함께 말이 어눌하거나 한쪽 팔다리 마비, 심한 두통, 물체가 둘로 보이는 복시, 혼자 서거나 걷기 힘든 심한 보행장애가 있으면 뇌졸중일 수 있으니 즉시 119로 응급실에 가야 합니다. 진단과 약(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 등) 처방은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돌던 세상이 멈추길 기다리는 동안, 조금씩 움직이는 용기가 뇌의 회복을 앞당깁니다.